청춘 / 정은숙 1 아주 희미한 빗줄기를 앞세워 어둔 길 걸어본 적 있네 손을 잡아줄 사람 하나 그리워하며 벼랑 끝을 간 적 있네 입 속에 고인 얼마간의 침을 되새김질하며 걸었네 등에 짊어진 몇 권의 책과 동전 지갑과 한줄기 바람 나 그 짐을 지며 기꺼이 길을 떠났네 살아가며 겨우 몇 발자국 밖으로 걸어본 듯한 청춘의 어느 날. 2 내 마음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너 갈아입은 옷 모양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너 내가 보여주는 것만을 바라보는 너 다른 별에서 만나 이제 인사를 나눌 수 있겠지 자, 그때는 그대여 손을 내밀고 경건하게 인사를 나누자 이젠, 안녕, 한때 내 것이었던 너 질투의 이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