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청춘 / 정은숙

지성준 2020. 5. 27. 15:44

 청춘 / 정은숙

1
아주 희미한 빗줄기를 앞세워 어둔 길 걸어본 적 있네
손을 잡아줄 사람 하나 그리워하며 벼랑 끝을 간 적 있네
입 속에 고인 얼마간의 침을 되새김질하며 걸었네
등에 짊어진 몇 권의 책과 동전 지갑과 한줄기 바람
나 그 짐을 지며 기꺼이 길을 떠났네
살아가며 겨우 몇 발자국 밖으로 걸어본 듯한 청춘의 어느 날.

2
내 마음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너
갈아입은 옷 모양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너
내가 보여주는 것만을 바라보는 너
다른 별에서 만나 이제 인사를 나눌 수 있겠지
자, 그때는 그대여 손을 내밀고 경건하게 인사를 나누자
이젠, 안녕, 한때 내 것이었던 너 질투의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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