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귀 달린 말라르메 / 권주열

지성준 2018. 5. 15. 13:41

귀 달린 말라르메 / 권주열 시인

    이따금 시를 해변에 내려놓고 싶다 파도 때문인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시는 전복되어야 한다는데 해변 포장마차에서 전복 대신 해삼을 삼킨다 파도를 향해 뭐라고 재잘대던 앳된 아가씨가 해삼을 징그러워한다 나도 시가 징그럽다 시는 말을 통째로 삼켜 문장 전체가 울퉁불퉁할 때가 있고 문장부호를 지우듯 말라르메 집은 담장이 없다 말라르메? 그냥 귀가 두툼한 할아버지 어쩌다 마주치면 손 한 번 흔드는 그는 나의 은유적 이웃 누구에게 손 흔들고 싶을 때 떠올리는 두툼한 귀 명료해질 때까지 시를 지워간다면 마침내 귀만 남겠지 귀는 내가 발견한 최초의 장소 지중해 열매처럼 매달려 귀는 말에 부재한다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해변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