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原語) - 하종오
동남아인 두 여인이 소곤거렸다
고향 가는 열차에서
나는 말소리에 귀기울였다
각각 무릎에 앉아 잠든 아기 둘은
두 여인 닮았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짐짓 차창 밖 보는 척하며
한마디쯤 알아들어 보려고 했다
휙 지나가는 먼 산굽이
나무 우거진 비탈에
산그늘 깊었다
두 여인이 잠잠하기에
내가 슬쩍 곁눈질하니
머리 기대고 졸다가 언뜻 잠꼬대하는데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이었다
두 여인이 동남아 어느 나라 시골에서
우리나라 시골로 시집왔든 간에
내가 왜 공연히 호기심 가지는가
한잠 자고 난 아기 둘이 칭얼거리자
두 여인이 깨어나 등 토닥거리며 달래었다
한국말로,
울지 말거레이
집에 다 와간데이
시집『아시아계 한국인들』(삶이보이는창, 2007) 중에서
하종오 시인
1954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였으며 197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反詩' 동인으로 활동했고, 1983년 '신동엽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시집으로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정> <깨끗한 그리움> <님詩篇>등이 있으며, 굿시집 <넋이냐 넋이로다>, 시극집 <어미와 참꽃>이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는 <도요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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