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염소의 시간 / 김효선

지성준 2013. 11. 14. 14:33

 

 

 

 

염소의 시간/ 김효선

 

 

 

 

내 몸의 나사들이 느슨해지면서

바람이 드나드는 문이 생겼다.

문틈으로 염소가 수시로 울어댄다, 바람을 타고

긴 손가락으로 노을의 외피를 긁어대는 억새들,

왜 들판에서 파스냄새가 날까?

일곱 번째 아들을 낳기 위해

자궁은 20년 동안 쉬어본 적 없다.

엉치뼈가 허리 위로 치고 올라가면서

틈만 나면 염소가 내 옆구리를 들이받는다.

멀리 지구 한 축이 기울어진 채

걸어오시는 엄마,

왜 엄마에게서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까?

파스 한 장이면 이마에 주름이 환하게 펴지는,

억새들, 노을의 이마를 긁어댄다.

뼈의 뒤축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기우뚱 걸려 있는 엄마,

염소는 왜 노을 지는 들판에서 사라진 걸까?

뼈 속에 박힌 깊은 주름까지 펼 것 같은

파스냄새가 가을보다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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