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시간/ 김효선
내 몸의 나사들이 느슨해지면서 바람이 드나드는 문이 생겼다. 문틈으로 염소가 수시로 울어댄다, 바람을 타고 긴 손가락으로 노을의 외피를 긁어대는 억새들, 왜 들판에서 파스냄새가 날까? 일곱 번째 아들을 낳기 위해 자궁은 20년 동안 쉬어본 적 없다. 엉치뼈가 허리 위로 치고 올라가면서 틈만 나면 염소가 내 옆구리를 들이받는다. 멀리 지구 한 축이 기울어진 채 걸어오시는 엄마, 왜 엄마에게서 염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까? 파스 한 장이면 이마에 주름이 환하게 펴지는, 억새들, 노을의 이마를 긁어댄다. 뼈의 뒤축이 닳아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기우뚱 걸려 있는 엄마, 염소는 왜 노을 지는 들판에서 사라진 걸까? 뼈 속에 박힌 깊은 주름까지 펼 것 같은 파스냄새가 가을보다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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