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문학자이자 평론가로 한국문학과 반세기를 함께 해온 정명환의 『인상과 편견』은 2011년 1월부터 23012년 3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다듬어 출간한 것이다. 실존적 문제의식과 냉철한 비평의식으로 60여 년의 세월에 걸쳐 기록한 문학과 삶, 문명과 세상을 통찰하는 내밀한 단상들을 모았다. 우리 시대의 준엄한 스승이며 올곧은 지성 정명환의 문학, 철학, 언어, 예술에 대한 통찰이 담긴 이 단상을 통해, '성찰과 그에 따른 끝없는 문제의삭과 문제제기'라는 저자의 창조적 자유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명환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불문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한국 작가와 지성』, 『졸라와 자연주의』, 『문학을 찾아서』, 현대의 위기와 인간』, 『이성의 언어를 위하여』, 『문학을 생각하다』, 『젊은이를 위한 문학 이야기』 외 프랑스어로 쓴 저작들이 있다. 역서로는 『20세기의 지적 모험』,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말』 (공역),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등이 있다.
프롤로그
1952년~1960년
1961년~1970년
1971년~1980년
1981년~1990년
1991년~2000년
2001년~2010년
에필로그
프롤로그
1952년~1960년
1961년~1970년
1971년~1980년
1981년~1990년
1991년~2000년
2001년~2010년
에필로그
점심을 먹고 나서 소파에 누워,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Op. 99) 제2악장의 그 기막힌 아다지오를 들었다. "아아, 참 좋다"라는 가는 소리가 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온다. 그러나 끝까지 듣고 일어나자, 모든 일을 지적知的으로 따져보려는 나의 못된 성미 때문인지, "과연 무엇이 좋단 말일까?" 하는 반성적 의식이 또 발동한다. 이럴 경우 대답은 늘 한 가지이다. 왈, '무한한 거리감'. 일상생활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보들레르의 그 유명한 시의 한구절을 읊자면 "질서와 아름다움만이 있는 곳, 호사와 고요와 열락만이 있는 곳"을 엿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 별견瞥見이 잠시간에 지나지 않는 만큼 더욱 소중하다. 그 얼마간의 희한한 시간 때문에 예술을 향유한다는 생각은 내게는 변함없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이 피안의 세계의 향수享受에 예술의 본뜻이 있다는 주장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은 서양에서 부르주아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생긴, 다시 말해서 그 사회를 지배하는 속악성을 못 견뎌 한 소수의 순수주의자들에게서 싹튼 극히 짧은 역사(1850-1920년경까지의 약 70년간)의 소산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부르주아사회가 대중사회로 전락하게 된 오늘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더 절실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아무튼 나로서는 피안의 세계로의 유혹이 그 이외의 다른 어떤 동기보다도 예술향유의 밑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것이며, 이 점에서 나는 아마도 시대에 뒤처진 인간이리라.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을 뒤따르기 위해서 허둥지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시대에 뒤처진 인간들의 특권이 있을 것이다. '느림'이 주는 즐거움, 그것은 나날이 심해지는 속도 때문에 더욱 귀중해진다. (1996)
- 정명환, 〈인상과 편견〉 중 한 토막, 《현대문학》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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