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지성준 2012. 7. 17. 08:47

 

토요일 아침, 이별한 이들의 새 희망 찾기 연습

백영옥 새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헤어져야 만나는 게 사람
아프지만 위안 얻었으면"

 

소설가 백영옥(사진=자음과모음)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나 역시 사랑에 빠졌던 이십대로 퇴행해 들어가는 기묘한 시간여행을 했다.”

칙릿작가 백영옥(38)이 시간여행의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다. 바로 `실연`이다. `다이어트의 여왕`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은 제목부터 직설적이다. 이른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하 `실사모`, 432쪽·자음과모음)이다.

소설은 토요일 오전 7시 `실사모`란 이름의 레스토랑에서 21명의 사람들이 모여 아침을 먹는 일로 시작한다. 그들은 함께 특별 메뉴를 먹고, 이별에 관한 영화를 보고, 헤어진 연인과 관련된 물건을 교환한다. 이곳에서 유부남 조종사와 헤어진 후 괴로워하는 스튜어디스 윤사강, 10년 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컨설턴트 강사 이지훈, 헤어진 커플을 위해 모임을 주선한 커플매니저 정미도가 만난다. 이들의 사연은 서로 얽히고설켜 상실의 공동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교집합을 형성한다.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는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장편 `스타일`로 한국형 칙릿시대를 열었다. 칙릿(Chick Lit)은 1990년대 중반 영국·미국을 중심으로 태동한 대중문학으로, 20∼30대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삼아 쓰인 소설장르를 말한다.

작가는 이번에도 젊은 감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특유의 발랄한 문체에 담담함이 더해졌다. 빠른 전개에 쉼표를 찍기도 했다.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는 현재에 주목하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진 않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실연`이나 `슬픔`보단 `희망` `위안`이 가슴에 남는다. 작가는 “우리가 삶을 향해 `죽어간다`가 아닌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처럼 실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헤어져야 만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사모`는 8월 중순부터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절반 가량 연재된 다음 현지에서 출간된다. 작가는 이 `글로벌 디지털 프로젝트`를 위해 소설의 주제를 실연이란 보편적 경험으로 잡았다. 앞서 작품은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인터넷 카페에 연재됐고 5~6월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작가가 직접 낭독한 바 있다.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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