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낙타

지성준 2012. 5. 15. 12:22

낙타 - 어느 고등학생이 쓴 시

 

 

마흔 넘은 삼촌 등엔 혹이 달렸고

할머니에겐 삼촌이 혹이다

철이 들어가면서 삼촌은 마음에도 혹이 생겼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혹부리 영감이 제일 싫다는

삼촌의 창가엔 별도 노래하지 않는다

 

누런 가죽잠바 하나로

겨울을 나는 삼촌은

오늘 하루도 구인광고란을 횡단한다

 

삼촌이 건너야 하는 사막 같은 세상

깊숙이 박힌 꼽추의 옹이 뽑아낼 수 없는 한

조아리고 웅크릴 수밖에

병신이 뭘 하겠다고!

선인장 가시 같은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삼촌은 길고 까만 속눈썹만 내리깔고 돌아온다

 

그런 삼촌에게 그림자에도 혹이 생겼다

골목길 끝자락에 주저앉아

목마른 세상에 낙타로 태어난

제 자신이 서러워서 삼촌은 그림자를 끌어안고 운다

 

낙타에게 오아시스는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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