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겨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 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은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 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앉아 있는
** 도종환 시집 < 부드러운 직선 > (창비. 98.7.)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찌기 나는/최승자 (0) | 2012.05.16 |
---|---|
낙타 (0) | 2012.05.15 |
그릇1/오세영 (0) | 2012.04.25 |
뼈 아픈 후회/ 황지우 (0) | 2012.03.17 |
사랑하는 사람들만 무정한 세월을 이긴다./나태주 (0) | 2012.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