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울음 / 임솔아

지성준 2020. 5. 27. 16:36

울음 / 임솔아

 

길거리에서 그것을 주웠다 어찌할 줄 몰라 주머

니에 넣었다 내 것은 아니었다 배가 고파지면 그

것을 꺼내 조금씩 뜯어먹었다 나는 더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죽은 개를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았

고 죽은 개를 안고 걸어가는 아이를 보았다 한 사

람이 흘리는 수백 개의 그것을 보았고 트럭에 싣고

가서 그것들을 내다파는 사람을 보았다 우레탄폼

을 쪼아 먹고 있는 비둘기에게서 아득한 광장에서

휑한 골목으로 돌아가는 사람에게서 대파 한 개가

꽂혀있는 화분에게서 다 뜯어 먹었네 다 뜯어 먹었

어 계란껍질을 올려놓으며 중얼대는 노파에게서 나는

그것을 주웠다 시에서 주운 그것은 말라 비틀어져 먹

을 수 없었다 가끔은 그것이 날카로웠다 입에 넣고 씹

으면 그것에게서 내 피 맛이 났다 그것을 우적우적 삼

켜버렸다 그것은 내 안에서 내장을 할키며 돌아다녔다

내 눈에서 그것이 처음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땅을 짚고 기어갔다 더러운 비둘기가 다가왔다 내 몸에서

터져 나온 그것을 물고서 먼 곳으로 가버렸다 나는 그것

을 잠깐 지켜보았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드러운 그늘 / 유희경  (0) 2020.05.30
추억론 / 구석본  (0) 2020.05.27
기쁠 것 같은 봄날 / 정은숙  (0) 2020.05.27
잠 / 정은숙  (0) 2020.05.27
청춘 / 정은숙  (0)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