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찾는 사람
박소란
누구에게나 개는 있습니다
어떤 개는 별안간 사라집니다 알 수 없는 곳으로
개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개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라진 개를 잊지 못합니다 잊지 못해 병이 들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개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을 버리고, 고작
사람을
개의 보드라운 털과 먼 곳을 응시하는 눈빛 같은 것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는 차츰 개를 닮아갑니다
개처럼 곤히 웅크리거나 또 금세 몸을 일으켜 컹컹 짖곤 합니다
컹컹 울곤 합니다
그 모습을 알아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개는 어디에 있나요 잃어버린 개를 찾는 사람은
전봇대에 나붙은 전단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칠흑의 혀를 빼
문 골목을 서성이다 맥없이 주저앉곤 합니다
다시 네 발로 터덜터덜 돌아와 눕곤 합니다
영원을 생각합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개로 인해
신은 존재합니다
당신은 왜 개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신이시여 개의 얼굴로
기도합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 사람 곁으로 앙상한 뼈다귀를 입
에 문 사나이가 다가와 넌지시 속삭입니다
개는 돌아올 것입니다 개를 찾는 사람에게로
어느 날 문득 예의 희고 기다란 꼬리를 흔들며, 안녕
보이지 않는 개가 한 사람을 유유히 끌고 갑니다
어떤 사람은 별안간 사라집니다
** 박소란 시인
2009년 <문학수첩> 등단
시집<심장에 가까운 말>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은 개를 기르지 않는다 / 신용목 (0) | 2018.06.02 |
---|---|
집 / 이선영 (0) | 2018.05.29 |
2차 장미 / 류인서 (0) | 2018.05.29 |
쿠바에서 방배동으로 가는 버스 / 김 지녀 (0) | 2018.05.29 |
풍향계 / 최금진 (0) | 2018.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