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히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 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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