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SF용어사전에서는 위와 같이 풀이하고 있다. 다카네 준이치로가 [잠자는 공주]라는 단편을 이 기법으로 썼다고 후기에서 이야기했다. 속도감과 경제성이 마음에 드는 작법으로, 창작에 익숙치 않은 쪼렙글쟁이가 습작을 하기에도 알맞다고 생각된다.
풍경소설 : 온다 리쿠가 수필집 "소설 이외"에 실린 '풍경소설론'에서 말했다. 리쿠쨔마는 차창 밖에서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며, 그의 작품 중 상당수가 그 '풍경'의 이미지로부터 파생되어 나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빛의 제국]의 도코노 일족 이야기는 어느날 보리밭을 바라보던 중, 그곳에서 타오르는 검은색 구체와 그것을 둘러싸고 모인 사람들의 이미지를 떠올린 후 연상되어 나왔다고.
즉 여기에서 말하는 '풍경소설'이란 풍경묘사를 중시하는 소설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봄으로써 떠오른 이미지에서 연상되고 파생된 이야기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론적 정립은 없지만 온다 여사의 작품 중 상당수가 작중배경인 '풍경'의 이미지가 인상적이거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유효한 작법이다.
조립소설 : 레비스트로스는 <조립자>의 개념을 말했는데, 여기에서 조립이란 기존에 만들어진 것을 끌어다 조립/변형/배치시키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작품을 생산하는 행위를 뜻한다(* 송병선, [거미여인의 키스], 392p. 작품해설). 이것은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아즈마 히로키가 말한 "데이터베이스형 소설"의 작법과도 일통하는 데가 있다. 데이터베이스형 소설이란 말 그대로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한 소스들을 이용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조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모더니즘적 '창작'의 관념은 무효화되며 '독창성'을 평가하는 기준 또한 크게 이동하게 되고, 작품 그 자체로 평가되기보다는 작품의 요소들이 데이터단위로 속한 맥락에 비추어 평가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요즘의 라노베들은 많으나 적으나 이 방법으로 제작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특히 임달영씨가 이러한 작법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덧 : 레비스트로스의 <조립자> 개념을 빌린 조립소설이란, [거미여인의 키스]와 같이, 기존의 텍스트 자체를 차용하여 새로은 텍스트를 구성해 내는 기법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립소설은 텍스트 차원이 아닌, 텍스트를 구성하는 캐릭터/테마/사건 등등의 차원에 있어서의 조립식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