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이유 / 김태형
발목께 짐을 내려놓고 서 있을 때가 있다
집에 다 와서야 정거장에 놓고 온 것들이 생각난다
빈 저녁을 애써 끌고 오느라
등이 무거운 비가 내린다
아직 내리지 못한 생각만 지나갈 때가 있다
다 늦은 밤 좀처럼 잠은 오지 않고
창문 가까이 빗소리를 듣는다
누가 이렇게 헤어질 줄을 모르고
며칠 째 머뭇거리고만 있는지
대체 무슨 얘길 나누는지 멀리 귀를 대어 보지만
마치 내 얘기를 들으려는 것처럼
오히려 가만히 내게로 귀를 대고 있는 빗소리
발끝까지 멀리서 돌아온
따뜻한 체온처럼 숨결처럼
하나뿐인 심장이 두 사람의 피를 흐르게 하기 위해서
숨 가쁘게 숨 가쁘게 뛰기 시작하던 그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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