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넛지 - 팔꿈치로 쿡 찌르다

지성준 2011. 10. 1. 17:16

 

지난 88일 우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마트에 가서 1000ml 우유 다섯 팩을 샀습니다. 그 후, 814일 현재 집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나 먹지 못한 우유 한 팩이 아직 남아 있는데요. 이와 같이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경제학의 가정을 무력화시키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거나 또는 귀찮아서 자세히 살피지 않고 넘겨버리는 일들 또한 다반사인데요. 먼저 우리가 얼마나 직관적으로 생각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의 질문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을 생각하면 됩니다.

 


1.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합친 가격은 1달러 10센트이다. 방망이의 가격이 야구공의 가격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그렇다면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______
센트



2. 5대의 기계로 5개의 장치를 만드는 데에는 5분이 걸린다. 그렇다면 100대의 기계로 100개의 장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인가? ______


  (출처 : 『넛지』, 캐스 R. 선스타인, 리처드 H. 탈러 저, 안진환 역, 리더스북, 2009.04.20  )

 
각각의 질문에 10센트, 100분이라고 대답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저 또한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정답은
5센트, 5분입니다. 다시 한 번 숙고하여 문제를 풀면 정답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직관적으로 사고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선택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넛지(Nudge)가 그것인데요.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1.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2. 주의를 환기시키다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 <넛지>의 저자는 이것을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라고 정의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넛지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현금인출기에서의 현금 인출은 넛지가 적용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넛지가 적용되기 전 사람들은 현금인출기로 현금을 인출한 후에 카드를 그대로 꽂아두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대두되자 은행은 오늘날과 같이 카드를 먼저 뽑아야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켰습니다. 카드와 돈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뽑는지의 순서만 변화시킨 사례지만 설계자의 아이디어로 사람들은 이제 카드를 잊고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화면보호기 역시 넛지가 적용된 사례입니다.
전화를 받느라 또는 식사를 하느라 컴퓨터를 켜둔 채로 방치하면 어느 시점에 화면 보호기가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의 그림이 제가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제 컴퓨터의 화면 보호기 화면인데요. 물론 사용자가 직접 화면 보호기 대기시간과 화면을 선택할 수 있지만, 컴퓨터를 구입했을 때 정해진 대기시간과 배경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직접 화면 보호기를 설정하는 수고를 하는 대신 미리 설계자가 지정해 놓은 화면 보호기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전기톱이나 제초기와 같은 위험한 기계들의 데드맨 스위치(데드맨 장치, Dead man's switch는 인간 조종자가 의식 상실, 사망 등 조종 능력을 상실한 경우 자동적으로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어진 장치이다. 출처 : 위키백과) 역시 넛지가 적용된 사례입니다. 이와 같은 데드맨 스위치 기능은 기계를 놓으면 자동으로 작동이 정지되어 위험한 기계를 다루는 도중에 상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자들이 만든 기능입니다
 
냉장고의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 들리는 경고음 역시 넛지가 적용된 사례입니다. 사용자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 라는 경고음을 반복하여 불필요한 전기 손실을 예방하도록 합니다.

 기업들은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상품을 개발하기도 하는데요.

미국 디자인회사 IDEO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 프로젝트가 그것입니다. 이 서비스는 모든 금액을 1달러 단위로 반올림해 체크카드로 결제한 후 남는 금액을 예금전용 계좌로 바로 입금해주는 서비스인데요. 예를 들어 19.5달러짜리 물건을 살 경우 체크카드로는 20달러를 결제하고 나머지 0.5달러는 별도 예금용 계좌에 자동 입금시키는 방식입니다. 저축을 하고자하는 생각은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2007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IDEA에서 동상을 받은 사례입니다. 

 

 

 
수험생들이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을 위한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만 접속되도록 하여 불필요한 컴퓨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인데요.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수만 명이 사용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클러키라는 시계 또한 등장했습니다.
클러키는 사용자가 제 시간에 침대에 나오지 않으면 도망을 다니며 숨는 자명종 시계인데요. 무심코 알람을 꺼버리는 습관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들의 특성을 간파하여 사용자를 움직이게 만들어 잠을 깨게 유도하는 시계입니다. 이 시계 또한 사람들이 귀찮아서 기피해버리는 특성을 활용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설계자들이 넛지를 해 놓은 환경과 물건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의 선을 위한 넛지들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넛지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품 개발자, 정책 결정자, 마케팅 담당자, 글을 쓰는 작가, PD, 주부에 이르기까지넛지는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나와 나의 회사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나와 타인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보다 긍정적인 넛지들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천의 작은 발판으로 가정에서부터 작은 넛지를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

 

 

요즘 넛지효과가 대세다. 넛지란 무엇일까? 영어로는 Nudge로 쓴다. 뜻은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이다. 즉 간접적인 방법으로 개입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선택은 물론 권유를 받은 상대방에게 있다. 넛지는 근대주의적인 권위적 명령과 강제성을 탈피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일종의 간접명령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리처드 H. 탈러
시카고대학 행동과학 및 경제학 석좌교수이자 경영대학원 의사결정 연구센터의 책임자이다. 또한 국가경제연구소의 연구원으로도 재직 중이다. 행동경제학을 경제학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 왔으며, 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출석해서 ‘넛지’를 활용한 자신의 방법론을 제도권으로 들여왔다. 그의 이론에 기반한 저축플랜의 설계로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구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공로를 탈러에게 돌리기도 했다.
캐스 R. 선스타인 
시카고대학 로스쿨 및 정치학부 법학교수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이며, 최근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 Inf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을 돕고 있다.



 

탈권위의 시대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넛지효과는 아주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근대적 강요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청을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는 매우 부드럽게 다가온다. 혹자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적인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넛지효과를 적용해 본 많은 실례들은 이렇나 우려를 충분히 없애준다. 그 중에 몇가지만 들어보자.

먼저 넛지의 처음 발상지인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보자.
남자들의 안 좋은 습관. 거시기를 바닥에 흘리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화장실에는 '남자가 흘려야할 것은 눈물 뿐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한다. 그런다. 스키폴 공항은 전혀 다른 시도한다. 소변기 가운데 파리모양의 작은 벌레 모양을 그려 넣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전보다. 남자들의 흘리는 양이 무려 80%나 줄어든 것이다. 왜일까? 가운데 있는 파리모양의 그림을 맞추려고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것도 소개해 보자.
작년(2009)년 서울 영등포구는 대림동의 상습 쓰레기 투기장소에  화단을 설치했다. 그러자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동안 영등포구청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붙여 놓기도하고, CCTV를 설지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코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단지 꽃화단을 만든 것 만으로 쓰레기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치약회사인 Colgate의 실험도 주목할 만하다.
colgate사는 연례행사로 아이들을 초청해 무료로 치약샘플을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양치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colgate사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했다. 무료치약을 주는 대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준 것이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안에 있는 막대기가 칫솔처럼 생긴 것이었고, 그곳에 '칫솔질 하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라고 써 놓았다. 그러자 무료 치약을 나누어 줄 때보다 현저히 많은 학생들이 양치를 하게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체질개선을 위해 식사를 한 다음 디지트를 주는 방법을 바꾸었다. 예전에는 먼저 디저트를 보여 주는 것에서 식사를 한 후에 디저트를 보여주었고. 디저트를 고르는 곳에 보건부에서지정한 건강음식표를 붙여 놓았다. 그러자 몇 개월이 지난 뒤 학생들의 건강이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그럼 넛지효과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넛지효과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성을 일깨우자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했다는 자율이 들어갈 때 책임감도 함께 따라간다. 스스로 선택하고 옳게 가려는 의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반대로 옳기 때문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억지가 들어간 방법은 반항심만 길러내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넛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유성을 부여해 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학생들에게 '공부 좀 해라'가 아니라 '이렇게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니?'라는 식으로 묻는다면 좋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을 좀더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넛지는 근래의 많은 정치가들이 채용한 방법이기도하다. 미국의 대통령인 오마바도 넛지정책을 수용했다. 영국의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카멜론이 먼저 활용해 유명해 지기도 했다.

넛지는 이제 기업경영이나 사회정책 개선의 차원을 넘어서 경제와 학습, 그리고 개인의 삶의 다당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얼마전 정부에서는 넛지를 이용한 친환경 방안을 공모했다. 여기서 최용삼씨는 '넛지 배수구'를 만들어 배수구에 물고기를 그려 넣음으로 이곳이 마지막 배수구이며, 좋은 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도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넛지효과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흡사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작은 것을 능동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큰 범죄나 사고를 방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넛지 효과는 깨인 유리창의 법칙을 좀더 능동적인 방향으로 설정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후 오덕후  (0) 2012.06.13
안현미  (0) 2012.05.30
하드보일드  (0) 2012.05.29
밀교  (0) 2011.06.16
순우리말  (0) 2010.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