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너무나 / 박라연
우리가
누린 적 있는 눈부신 시간들은
잠시 걸친
옷이나 구두, 가방이었을 것이나
눈부신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아팠을 것이나
한번쯤은
남루를 가릴 병풍이기도 했을 것이나
주인을 따라 늙어
이제
젊은 누구의 몸과 옷과
구두와 가방
아픔이 되었을 것이나
그 세월 사이로
새와 나비, 벌레의 시간을
날게 하거나 노래하게 하면서
이제 그 시간들마저
허락도
없이 데려가는 중일 것이나
우리는 빛이 가득한 때를 살기도 한다. 흐뭇하고 황홀한 시간을 살기도 한다. 시인은 그 시간을 옷과 구두와 가방을 걸치는 일에 비유한다. 그러나 눈부신 시간은 짧고, 연속적이지 않고, 사라진다. 마치 생화로 만들었으나 시들어 버리는 꽃다발처럼. 그렇지만 그 기쁜 순간들 덕택에 우리들은 삶이라는 의복의 낡음을 잠시 가릴 수 있다.
시인은 “세상의 어두운 창고 하나쯤/ 헐어서/ 남향을 찾아줄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남쪽으로 낸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우리 내면의 공간을 환하게 비추었으면 좋겠다. 금모래 같은 환하고 밝은 시간이 하루 낮 하루 밤 동안이라도 계속 쏟아지고 이어졌으면 좋겠다.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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