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밤마다 먼 곳들이 / 전동균

지성준 2020. 11. 17. 10:58

밤마다 먼 곳들이/전동균

 

 

 

햇볕은 다정한 손길로 찾아오지만

내 피는 점점 차가워져요

 

빨래가 마르듯 살고 싶었는데

사철 내내 창고에 눈을 가득 쌓아두고

카스트라토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어제는 바보였고

오늘은 시궁창이었어요

 

핸드폰을 꺼도 핸드폰이 울려요

검고 긴 옷자락들이 펄럭이며 지나가고

나는 그들을 몰라요

끝까지 모르는 척할 거예요

 

내 속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나봐요

내 속에서 짐승도 빠져나가나봐요

 

찢겨 흩어지는 내 몸을

내가 안고 잠들어야 해요

그런 밤마다 먼 곳들이 와서 나를 깨워요 빗방울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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