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먼 곳들이/전동균
햇볕은 다정한 손길로 찾아오지만
내 피는 점점 차가워져요
빨래가 마르듯 살고 싶었는데
사철 내내 창고에 눈을 가득 쌓아두고
카스트라토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어제는 바보였고
오늘은 시궁창이었어요
핸드폰을 꺼도 핸드폰이 울려요
검고 긴 옷자락들이 펄럭이며 지나가고
나는 그들을 몰라요
끝까지 모르는 척할 거예요
내 속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나봐요
내 속에서 짐승도 빠져나가나봐요
찢겨 흩어지는 내 몸을
내가 안고 잠들어야 해요
그런 밤마다 먼 곳들이 와서 나를 깨워요 빗방울처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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