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지성준 2018. 5. 14. 14:37

눈물의 중력 /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 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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