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완전무장/ 김중식
지성준
2013. 10. 15. 13:55
완전무장
낙타는 전생前生부터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
고통조차 육신의 일부라는 듯
육신의 정상頂上에
고통의 비계살을 지고 다닌다
전생前生부터 세상을 알아차렸다는 듯
안 봐도 안다는 듯
긴 속눈썹을 달고 다니므로
오아시스에 몸을 담가 물이 넘쳐 흘러도
낙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않는다
전생前生부터 지 수고를 알아차렸다는 듯
고통받지 않기를 포기했다는 듯
가능한 한 가느다란 장딴지를 달고 다닌다
짐이 쌓여 고개가 숙여질수록 자기 자신과 마주치고
짐이 더욱 쌓여 고개가 푹 숙여질수록 가랑이 사이로 거꾸로 보이는 세상
오 그러다가 고꾸라진다
과적過積 때문이 아니라 마지막
최후로 덧보태진, 그까짓, 비단 한 필 때문이라는 듯
고꾸라져도 되는 걸 낙타는
이 악물고 무너져버린다
죽어서도
관棺 속에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