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찬란하지 않은 돌 / 심보선

지성준 2013. 1. 25. 16:39

찬란하지 않은 돌

 

이제부터 우리는 쓴다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어떤 형상과 색깔의 말들을

선물을 준비하듯

탄약을 장전하듯

옳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한

단어와 문장 들을

먼 곳으로부터 더욱 먼 곳까지

그대를 통과하여 그대에게

어떤 연인도 왕도 신도

내게 주지 못한

어떤 절대

그대의 손가락이

그들 대신 그것을 가리켜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쓸 수밖에 없다

발치에 구르는

찬란하지 않은 돌 하나를

눈앞에 치켜들고

그것이 스스로 파르르 떨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