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 심보선
지성준
2013. 1. 25. 16:37
집
그들은 저주받았다
관념론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유물론적으로
그들의 마음속엔 영원히 잠들지 않는 아이가
잠들기 직전
납으로 된 의문부호 하나를 자정의 발등 위에 못박는다
그들의 꿈에선 언제나 썩은 피가 샌다
또한 그들에게 희망이란
주머니 속의 빵 부스러기를 세는 식이다
그러나 한 번도 맞게 센 적이 없다
세면 셀수록 부스러지니까
그럼에도 그들은 셈을 멈추지 않는다!
불평등이란
무수한 질문을 던지지만 제대로 된 답 하나 구하지 못하는 자들과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던지지 않지만 무수한 답을 소유한 자들의 차이다
그들은 언제까지고 거리에서 방황하고
집 안으로 그들을 부르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난 창문들을 모두 깨야 한다
그들의 집은 문이 없다
그들의 집은 불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그들의 비극이다
그 집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