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별빛소리 / 주재규

지성준 2012. 11. 28. 16:56

'별빛소리'

 

-주재규

 

 

어둠이 줄지어 설 때 알리라

갈 곳을 몰라 거리에서 붙들린 시간은

따라 잡는 별빛으로 걸음을 멈춘다는 것을

잠자는 갈대의 숨결이 긴 한 숨으로 나뒹굴고

달에 비치는 밤새 소리는 새벽과 같이

꿈을 줄다리기한다는 것을,

내가 별빛이 지키고 있는 들녘에 서서

흐린 눈으로 밤의 향기에 취할 때

기나긴 꿈이 끝나는 샛길로 걸어온 아침은

마침내 둥그런 해를 내 뱉지만

자유로운 새벽 들판에는 밤새 꿈꾸었던 풀 이슬이

이파리마다 둥그렇게 구슬을 꿰고 몸을 굴려서

저마다 햇살의 입술에 달콤한 빛을 뿌려도

해는 알몸으로 희생된 이슬의 사랑을 알지 못한

나는 어지러운 바람을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는

낮은 포보으로 기다린다

별빛이 풀잎을 타고 구르는 소리를.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진

우리의 꿈에 날카로운 촉각을 만들어라.

예지가 시퍼런 불꽃을 촘촘히 밝혀둔 밤하늘은

고통의 수렁에서 건져 낸

내 빛나는 보색에 난 상처를 행군다.

별빛이여, 그대는 알리라.

언제난 반짝거리며 차가운 창문 틈으로

내 눈이 환하게 밝아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