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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성준 2012. 10. 18. 14:03

"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부모님들의 희망에서 벗어난다는 것, 즉 성인이 됨을 의미합니다. 전 이미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해요."(노통브의 한국어판 인사말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머니와 살아가던 열네 살 '조'는 다른 남성과 눈이 맞은 어머니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다. 갈 곳 없던 조를 받아준 것은 유명 마술사인 노먼과 그의 여자친구인 곡예사 크리스티나. 새로운 가족에게 안온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조는 크리스티나에게는 강한 욕정을, 노먼에게는 질투심을 품는다. 결국 조는 노먼을 속이고 크리스티나를 차지할 비밀 계획을 세운다.





이 소설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려면 '조-노먼-크리스티나'의 삼각관계가 절정을 빚는 배경인 '버닝 맨(Burning Man)' 축제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매년 미국 네바다 주의 블랙록 사막 위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각종 음악, 미술 행사가 광활한 사막을 무대로 펼쳐지며,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광란을 이어간다. 수만 명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지만 축제가 끝나면 감쪽같이 사라져 모래만 남는 공간. 그 달콤한 신기루 같은 곳에서 결국 조는 자신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뛰어넘는다. 그만의 방법으로.

평이하고 간결한 문장, 그로 인해 빚어지는 속도감이 상쾌하다. 소수의 등장인물을 통해 그려지는 압축된 갈등, 그 균열점이 점점 벌어지는 과정도 세밀하고 설득력 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독특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작가가 털어놓는 평이하고 단순한 이야기들을 따라 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큰 반전의 뒤통수를 맞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찌릿한 감전을 경험하면 작품이 무채색에서 총천연색으로 바뀌는 듯한 생동감을 맛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