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고운기

지성준 2012. 5. 23. 16:17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육당 최남선은 일본으로 유학 간 1904년, 그해 도쿄제국대학이 문과대학 사지총서 가운데 하나로 출판한 일연의 '삼국유사'를 접한다.

최남선은 한국에 돌아와 1927년 잡지 '계명'에 '삼국유사'를 실었다. 국내에서 '삼국유사'가 인쇄된 것은 1512년 경주부사 이계복이 간행한 지 415년만이었다.

도쿄대가 출판한 '삼국유사'의 유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대 사학과 교수들은 도쿠가와 집안의 장서를 빌려 현대식 활자로 '삼국유사'를 인쇄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에 원정을 갔던 일본의 장수들은 조선 책을 수천 종 이상 가져와 상당수를 이에야스에게 바쳤다.

'삼국유사'는 '동문선' 같은 책과 함께 도쿠가와 집안에 전해지면서 귀중하게 다뤄졌다. 5만점이 넘는 도쿠가와 집안의 장서는 일본 나고야 시가 운영하는 호사문고에 보관돼 있다.

고운기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출간한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현암사 펴냄)에서 '삼국유사'를 둘러싼 숨은 이야기를 들춰낸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삼국유사'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알아보고 한 권의 책이 유통된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지난 100년 동안 '삼국유사'를 소재로 연구한 논저가 3천건이 넘고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서점에서 팔리는 책의 가짓수는 360여 종으로 다른 책을 압도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13세기 말 일연이 완성한 이래 오랫동안 잊힌 책이었고 어쩌다 읽은 사람들도 후한 평가를 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삼국유사'가 20세기에 다양한 조명을 받고 한국학 연구의 중심에 섰다면서 "도쿠가와 집안의 '삼국유사'는 20세기에 이 책의 재발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길 위의 삼국유사' 등 '삼국유사'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냈던 저자는 이 책에 이어 일연의 '삼국유사' 기술 방법을 설명하는 '이 이야기꾼의 한 생애'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