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밤 / 안현미
지성준
2022. 4. 21. 15:00
봄밤 / 안현미
봄이고 밤이다
목련이 피어오르는 봄밤이다
노천까페 가로등처럼
덧니를 지닌 처녀들처럼
노랑 껌의 민트향처럼
모든 게 가짜 같은
도둑도 고양이도 빨간 장화도
오늘은 모두 봄이다
오늘은 모두 밤이다
봄이고 밤이다
마음이 비상착륙하는 봄밤이다
활주로의 빨간 등처럼
콧수염을 기른 사내들처럼
눈깔사탕의 불투명처럼
모든 게 진짜 같은
연두도 분홍도 현기증도
오늘은 모두 비상이다
오늘은 모두 비상이다
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방인이 될 수 있다
그해 봄밤 미친 여자가 뛰어와
내 그림자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