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든 침대는 일인용이다 / 심지아

지성준 2020. 7. 30. 13:37

모든 침대는 일인용이다 / 심지아

 

창백한 밤이야 목조 프레임이 흔들렸다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를 사랑하느라 잠드는 사람들 여러 번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우리의 내부는 밤새 어둡게 번쩍인다 환한 정전이거나 검은 불빛이거나

수평으로 누워 바라보는 세계는 어쩐지 내가 사라진 곳에서 펼쳐진 풍경 같아 서늘하고 담담한 간격으로 우리는 낯설어지고 우리는 아늑해진다 점점 커지는 시계소리 그것을 심장이라 믿으며

새벽 무렵 눈을 뜨면 잠긴 건물들 사소하고 쓸쓸해 지평선은 사라지면서 나타나고 우리는 걷는다 마땅한 인사를 건네지만 우리가 말아 쥐고 있는 것은 목화솜 이불,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는 유일하게 싫증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