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술지도 / 권기덕
지성준
2020. 6. 29. 16:51
구술지도 / 권기덕
미시시피강을 따로 동쪽으로 4킬로미터쯤 멤피스신전이 보이고 그 언덕에서 바람을 타고 벼랑 끝으로 가면 지도에 없는 길이 있다 북미 인디언에 의하면 그 길은 말하는 대로 길이 되는데 되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죽음뿐이라고 한다 말할 때마다 피는 꽃과 나무는 벤쿠버를 지나 알래스카까지 변화무쌍하게 변형된다 갈색펠리컨이 말했다 소리에 축척이 정해지면 풍문이 생긴다고 풍문의 높낮이는 산지와 평야를 만들고 때론 해안선을 달리며 국경 부근에선 적막한 총소리마저 들린다 말에 뼈가 있는 것, 수런대는 말은 지형의 한 형태이다 낭가파르바트의 눈 속에 박힌 새가 말의 시체라는 설은 유효하다 하지만, 완성된 독도법이 알려진 바는 없다 단지 찢어진 북소리 같은, 언술 너머 죽은 바람을 꽃으로 데려다줄, 음운이 춤을 툰다 죽은 자들이 남긴 것은 결국 어떤 지도에 관한 연대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