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늘과 침묵 / 오규원

지성준 2020. 6. 29. 16:49

하늘과 침묵 / 오규원

 

 

 

 

온몸을 뜰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나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까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잎에 닿으면 잎이 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 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