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음악이 없는 실내 / 신해욱

지성준 2020. 5. 12. 23:21





음악이 없는 실내 / 신해욱



내부 공사 중입니다

 

 밤은 되도록 깊습니다

 

 밤만큼이나

 가재도구들의 영혼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선풍기가 돌아갑니다

 

 내복을 입은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다리미는 사은품이고

 

 촛농은 속죄 없이 떨어지고

 

 나머지는, 들어보죠, 들어보겠습니다, 천장에는 의자를 끄는 소리, 지하에는 헐거운 문짝이 집요하게 닫히는 소리, 서쪽 방에는 전단지가 찢어지는 소리, 동쪽 방에는 냉장고가 웅웅거리는 소리, 창밖의 담벼락에는 담쟁이덩굴이 끈끈하게 자라는 소리, 상상 밖에는 상상을 이탈한 시계의 초침 소리,

 

 다시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