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커피는 희랍어로 말 걸어온다 / 서희자

지성준 2018. 10. 30. 16:24

몇 주, 가뭄 든 정서에 가랑비가 내리더니
감색 숄 걸친 나무 한 그루 立冬의 분위길 깔고 있다
저리 곱게 물들려면 얼마큼 내공을 쌓아야 할까
삶의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가지끝 바람이 차다
마술 주전자가 딸깍 딸깍 연기를 뿜어 올리자
안개 속의 여객선 한 척! 내게로 온다
블랙박스를 구호품인 양 챙기는 사이
맨하탄 시가지가 떠오르면서 티파니의 아침은
몇 모금의 환유처럼 달콤했다 역마살 낀 그 시절도
알고 보면 고뇌를 우려 낸 커피 색이다
어느새, 검게 물들기 시작한 지중해
내 고달픈 여정도 정박을 꿈꾸는가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피라밋!
그 슬픈 신화를 넘기는 순간
뜨겁게 달군 일상이 금새 식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