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치마 / 문정희

지성준 2010. 7. 21. 20:19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의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녀를 보았다.

가까이서 보았다.

들은 대로 당찬 여자였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녀는 나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기억하니까.

하지만 내 이름을, 내 얼굴을 기억해준다면 더 좋겠지.

소설가 이름이랑 똑같은 내 이름을...